"나도 사람 죽일 수 있다"…‘묻지마 살인’ 박대성 무기징역 선고

'묻지마 살인범' 박대성(31)이 지난해 10월 4일 오전 전남 순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경찰은 국민의 알권리 등을 고려해 박대성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전남경찰청

'묻지마 살인범' 박대성(31)이 지난해 10월 4일 오전 전남 순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경찰은 국민의 알권리 등을 고려해 박대성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전남경찰청

전남 순천시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던 10대 여성을 살해한 박대성(31)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부장 김용규)는 9일 귀가 중이던 A양(당시 18세)을 상대로 이른바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혐의(살인)로 기소된 박대성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박대성은 지난해 9월 26일 0시42분쯤 순천시 조례동 한 도로에서 길을 걷던 A양을 이유 없이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대성은 또 범행 후 흉기를 소지한 채 호프집과 노래방에서 여성 업주들을 상대로 2차례에 걸쳐 살인을 계획한 혐의(살인예비)도 받고 있다.

 

“이유 없이 살인…충격·공포감 줘”

지난해 9월 26일 전남 순천시에서 30대 남성이 10대 여고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남성이 여고생 뒤를 쫓아가는 모습. 사진 JTBC 캡처

지난해 9월 26일 전남 순천시에서 30대 남성이 10대 여고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남성이 여고생 뒤를 쫓아가는 모습. 사진 JTBC 캡처

재판부는 이날 “집안의 외동딸이자 사회 첫발을 내디딜 준비를 하던 피해자는 꿈을 펼치지도 못하고 어린 나이에 숨졌다”며 “갑작스럽게 공격당한 피해자의 공포심과 무력감은 말로 설명이 어렵고, 유가족은 크나큰 정신적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고 일상으로 복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아무 관계없는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우리 사회 구성원이 도심 한복판에서 이유 없이 살해당할 수 있다는 충격과 공포,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도 수사관의 질문에 웃음을 보이는 등 진지하게 반성하고 성찰하는 모습도 없었다”고 판시했다.

박대성은 재판 과정에서 A양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했다. 반면 살인예비 혐의에 대해서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부인해왔다.

박대성 “나도 사람 죽일 수 있다”

'묻지마 살인범' 박대성(31)이 지난해 10월 4일 오전 전남 순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묻지마 살인범' 박대성(31)이 지난해 10월 4일 오전 전남 순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검찰은 “박대성이 흉기를 숨긴 채 (다른 2개) 업소들을 방문할 다른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며 “사형제가 존치하는 이상 도움을 바라는 유족 요청 등을 고려해 법정 최고형 선고가 마땅하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또 전자발찌 30년 등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대성은 A양 살해 후 인근 술집에 들어갔다가 여성 업주가 “왜 신발을 신고 있지 않냐”고 경계하자 가게를 뛰쳐나갔다. 이후 자신이 운영하는 찜닭가게로 돌아가 운동화를 신고 140m 떨어진 노래방으로 향했다.

 
박대성은 노래방에서 맥주 3병을 주문하고 접객원을 불러달라고 요청한 뒤 여성 업주에게 “내가 무섭지? 나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있던 방에 잠깐 들어갔다 나간 여성 접객원에게도 “나도 사람 죽일 수 있어. 문 닫아”라고 했다.

법원 “추가 살인 용이한 대상 물색”

'묻지마 살인범' 박대성(31)이 지난해 10월 4일 오전 전남 순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묻지마 살인범' 박대성(31)이 지난해 10월 4일 오전 전남 순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술집과 노래방이) 늦은 시간에도 영업하고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공통점 등으로 미뤄 이미 자신과 관계없는 피해자를 살해한 뒤에도 추가 살인이 용이한 대상을 물색했다가 다른 손님이 있는 등 우연한 사정으로 단념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앞서 경찰은 A양이 살해된 지 사흘 만인 지난해 9월 30일 박대성의 신상·얼굴 사진 등을 전남경찰청 누리집에 공개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