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니어재단 주최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개헌 세미나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엄청난 여소야대 상황이 왔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그걸 감당할 수 없으니 비상계엄이라는 엉뚱한 짓을 한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여소야대를 어떻게 정치적으로 다룰지 생각해야 했는데, 역량이 미치지 않으니 이런 문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7년 체제’가 40년 가까이 진행됐고, 이제 권력구조 자체를 변경할 시점”이라고 개헌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줄곧 의원내각제 개헌을 주장해왔다.
김 전 위원장은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서는 내각제로 가면 문제가 없지만, 대통령제를 유지한다면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지 않으면 또 한 번의 불행이 초래될 것”이라며 “(대통령제를 유지하더라도) 정부 기구를 개편하고, 사법부와 헌법재판소 등에 대한 대통령 인사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조기 대선 가능성을 거론하며 “현재 개헌의 주체가 없기 때문에 개헌이 쉽게 이뤄질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다음 대통령에 출마하는 사람이 개헌을 약속하고, 임기 내에 개헌을 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기 전에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현행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개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원정부제(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절충하는 형태)를 제안하며 “정부 내의 분권을 통해 승자독식을 막고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윤근 전 민주당 의원은 “극단적 정쟁만 유발하는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하루 속히 폐지해야 한다”며 “대통령 권한을 국회와 분산하는 분권형 개헌 또는 내각제 개헌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선(先) 개헌, 후(後) 대선론’에 대해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장영수 교수는 “수십 년 간 축적된 개헌 관련 사항을 일거에 처리하려고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고, 긴급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뚜렷한 사항을 우선 처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치구조 개혁은 물론 선거제도 개편도 매우 중요하다”며 “다당제가 가능한 형태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