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인 세계은행(WB)이 향후 경제 흐름을 전망하며 내린 진단이다.
16일(현지시간) 세계은행은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해와 같은 2.7%(연간 기준)로 예상했다. 지난해 6월 발표했던 수치와 동일하지만, 코로나19 위기가 있기 전 10년 평균(2010~2019년)인 3.1%를 여전히 밑돈다. 이마저도 달성이 불투명하다. 트럼프 신정부 출범이란 변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다음 모든 교역국을 대상으로 10%포인트씩 관세를 올린다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기존 예측치 대비 0.2%포인트 내려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여기에 미국을 겨냥한 각국의 보복 조치까지 이어진다면 성장률 하락 폭은 0.3%포인트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세계은행은 “미국 무역ㆍ재정 정책이 얼마나 변화하고 언제 시행될지는 현재 확실치 않다”고 전제를 달았다.
미국 경제의 나 홀로 질주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은행은 미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예측치를 2.3%, 2.0%로 수정했는데, 지난해 6월 전망 때보다 0.5%포인트, 0.2%포인트 각각 높여 잡았다. 소비ㆍ고용ㆍ물가 등 ‘파란불’이 잔뜩 켜진 최근 미국 경제지표를 반영했다.
선진국 평균 수치(올해 1.7%, 내년 1.8%)를 한참 웃돈다. 여기에 세계은행은 “올해 끝날 예정인 세금 감면 정책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에도) 연장ㆍ시행되고, 재정 지출 확대가 이뤄진다면 단기적으로 미국 성장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 내년 미 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 0.4%포인트 더 올라갈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 경제 호황이 예고됐지만 개발도상국에겐 말 그대로 딴 나라 얘기다. 세계은행은 올해와 내년 개도국 평균 성장률은 각각 4.1%, 4.0%로 관측했다. 지난해 6월 전망했을 때보다는 개선되긴 했지만 소폭(0.1%포인트)에 그쳤다. 중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역시 지난해(5.0%)보다 낮은 4.5%, 4.0%로 봤다. 그러면서 세계은행은 “개도국에게 앞으로 25년은 과거 25년보다 훨씬 힘든 시간이 될 것”이라며 ▶투자와 생산성 증가세 둔화 ▶인구 고령화 ▶고조되는 지정학적 위험 ▶기후 변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번 보고서엔 한국 수치는 따로 담기지 않았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불확실성과 무역 갈등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국경 간의 새로운 협력 기회를 잡기 위해 과감하면서도 광범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