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뒤 손발 가려움…알고보니 동상과 사촌격인 '이것' [건강한 가족]

신체 부위별 겨울 건강관리법


겨울은 즐길 거리가 풍성한 계절이다. 스키와 눈썰매를 타며 스릴을 만끽하고 눈꽃 산행으로 절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붕어빵·호떡·어묵은 추위를 녹이는 작은 행복이다. 겨울이 주는 즐거움 속에도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숨어 있다. 주의할 부분과 대처법을 신체 부위별로 짚어봤다.  

설원에 반사된 자외선 주의해야

주말마다 스키장과 눈썰매장에는 겨울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설원 위에서 활동을 즐길 때 반드시 챙길 게 자외선 차단 지수가 높은 고글이나 선글라스다. 겨울 자외선은 여름만큼이나 치명적이다. 눈밭에 반사된 자외선은 안구 건강의 적이다. 고려대안산병원에 따르면 잔디나 모래사장의 햇빛 반사율은 약 20%인 반면, 흰 눈의 햇빛 반사율은 80%에 달한다.

설원에 반사된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각막도 피부처럼 손상되고 화상을 입는다. 각막 화상을 입으면 안구 통증과 눈부심, 충혈이 나타난다. 중증일 땐 시력 저하와 일시으로 밤에 사물이 잘 보이지 않는 증상인 야맹을 겪기도 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각막이 정상적인 기능을 잃고 이로 인해 시력이 영구적으로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각막 화상이 의심될 때는 일단 차가운 물수건이나 얼음찜질을 통해 화상 부위를 진정시키고 서둘러 안과를 찾는다. 병원에서는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인공눈물, 항생제 등을 투여해 준다. 손상 정도가 극심하면 치료용 콘택트렌즈나 압박 안대 등으로 조치할 수도 있다. 초기에 적절하게 대처하면 각막 화상은 대부분 수주일 내로 회복된다.

뜨거운 국물 요리에 화상 입기도

날이 추워지면 으레 찾는 게 뜨끈한 국물 요리나 붕어빵 같은 간식거리다. 뜨거울 때 먹어야 제맛인 음식들이지만 자칫하면 구강·인후·후두 등에 화상을 입힐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화상은 부위에 따라 구강·인후두 화상으로 나뉘고 심각도에 따라 1~3도로 분류한다. 

1도는 경미한 화상이다. 덴 부위가 붉어지고 붓거나 미세한 염증 반응이 나타난다. 말하거나 음식을 먹을 때 약간의 통증이 있지만, 호흡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2도 화상부터는 다르다. 물집이 생기고 심한 통증과 부기, 염증 반응이 나타나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혀나 입술 등 피부가 벗겨져 출혈이 발생하는가 하면 인후두 부종으로 호흡곤란이 야기되기도 한다. 3도 화상은 가장 위중한 상태다. 피부가 손상돼 하얗거나 검게 변하고 궤양이 생기는 등 깊은 조직까지 손상이 발생한다. 기도가 막혀 심각한 호흡곤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빠르게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미리 응급처치법을 숙지해 두면 도움 된다. 경미한 화상일 때는 즉시 찬물로 입 안을 헹구되 얼음 접촉은 피한다. 얼음을 화상 부위에 직접 대면 혈액순환을 방해해 조직의 회복을 더디게 하고 손상을 가중할 수 있다. 회복될 때까지 자극적이거나 뜨거운 음식은 피하고 부드럽고 차가운 음식 위주로 섭취한다. 대동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 정종희 과장은 “수증기가 눈에 보일 정도로 뜨거운 음식은 접시에 덜어 식힌 다음 먹는 게 좋다”며 “호떡이나 군고구마처럼 겉보다 속이 더 뜨거운 음식은 입으로 가르기보다 젓가락 등을 활용해 자른 뒤 식혀 먹길 바란다”고 했다.

피부색 변하고 단단해지면 동상 의심

봄꽃만큼이나 눈꽃도 볼거리다. 겨울철 눈 덮인 산을 보려 등산에 나설 때는 동상과 동창에 유의해야 한다.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이재희 교수는 “눈을 밟아 신발이 젖으면 발에 동상이 생기기 쉽다”며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발을 절단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름이 비슷해 오해하기 쉽지만, 동상과 동창은 정도에 차이가 있다. 보통 동창은 비교적 가벼운 추위인 0~10도에, 동상은 영하 2~10도의 맹추위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발생한다. 동창일 때는 손발이 붉어지고 피부가 가렵다. 따뜻한 곳으로 이동하면 가려움증이 더욱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동상일 때는 피부색이 창백해지면서 점차 흰색이나 누런 회색으로 변한다. 피부가 비정상적으로 단단해지고 무감각해지는 것도 주요 증상이다.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 치료하는 게 중요하지만, 당장 그럴 수 없다면 따뜻한 장소로 이동한 뒤 동상 부위를 물에 담가 녹인다. 물의 온도는 체온과 비슷한 38~42도가 적합하다. 이보다 낮으면 언 부위를 효과적으로 녹일 수 없고 높으면 화상을 야기할 수 있다. 동상 부위를 전기담요에 직접 대는 방식도 피한다. 단, 때에 따라 언 부위를 내버려두기도 한다. 재동결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다. 언 상태로 조직을 그대로 두는 것보다 녹인 후 다시 얼게 하는 게 더 해로운 탓이다. 따라서 동상에 걸린 발로 걸어야 하거나 다시 추운 환경에 노출된다면 조직을 녹이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