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서부지법 난입사태에 "법치주의 부정…나라 존립 걱정"

20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가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오른쪽)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20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가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오른쪽)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대법관들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에 대해 나라 존립 위기라며 우려를 표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이날 오전 조희대 대법원장 주재로 대법원에서 열린 난입사태 관련 긴급 대법관 회의 내용을 보고했다.

천 처장은 “법관 개인에 대한, 재판에 대한 테러 행위 시도는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 부정일 뿐 아니라 사법부·국회·정부 등 모든 헌법기관 자체에 대한 부정행위일 수 있어서 굉장히 심각한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말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 돼서는 정말로 곤란하겠다"며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극단적인 행위가 일상화될 경우 우리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는 걱정을 많이 피력했다”고 했다.

천 처장은 “저와 다른 대법관들도 30년 이상 법관 생활을 하면서 초유의, 미증유 사태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불법적인 난입, 폭력에 대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체 헌법 기관에 종사하는 분들이 한목소리로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다는 말도 있었다”고 했다.


또 “법조인이든 비법조인이든 헌법 토대 위에서 생활하는 관계자와 모든 사람이 유념하고 절제하고 자제하며 법치주의를 존중해야 한다”며 “(재판에 대해) 일부라도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는 게 있다면 사법부가 좀 더 반성하고 노력해야 하지 않겠냐는 지적이 많았다”라고도 했다.

아울러 “영장 재판 하나가 모든 재판 전체를 결정하는 것처럼 중차대한 부담을 영장판사 개인에게 지우고 그렇게 일반에게 받아들여지는 사법 시스템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보다 유연한 구속영장 발부 제도인 ‘조건부 구속영장제’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천 처장은 전했다.

 20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가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가운데)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20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가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가운데)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천 처장은 이날 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관해 법원이 파악한 세부 사항도 국회에 보고했다.

그는 “(시위대의 법원 청사 진입 당시) 직원들은 옥상과 지하로 대피해 신체적으로 상해를 입은 법원 직원은 없으나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물적 측면으로 현재 6~7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난입 사태로 인한 외벽 파손 등을 작업자가 살피고 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직후 지지자들의 집단 난입과 폭력사태로 아수라장이 된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날부터 정상운영에 들어간다. 다만 차량 운행은 불가능하고, 법원 출입 시 신분확인이 필요하다.뉴스1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난입 사태로 인한 외벽 파손 등을 작업자가 살피고 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직후 지지자들의 집단 난입과 폭력사태로 아수라장이 된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날부터 정상운영에 들어간다. 다만 차량 운행은 불가능하고, 법원 출입 시 신분확인이 필요하다.뉴스1

대법원에 따르면 피해는 외벽 마감재·유리창·셔터·당직실 및 폐쇄회로(CC)TV 저장장치·출입통제시스템·컴퓨터 모니터·책상 집기·조형 미술작품 파손 등이다.  

천 처장은 “(시위대가) 소화기를 던져 집기를 부수고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으며 청사 7층까지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판사실 중 유독 영장 판사 방만 의도적으로 파손되고 들어간 흔적이 있는 것으로 봐선 (판사실 위치를) 알고서 오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새벽 영장 발부 소식을 접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오전 3시 7분쯤 경찰 저지선을 뚫고 법원 경내에 침입했고, 3시 21분쯤 경찰로부터 빼앗은 방패 등으로 유리창을 깨며 건물 내부로 난입했다. 지지자들은 법원 내부 집기를 부수고 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찾아나서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서울서부지검과 경찰은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불법 폭력 점거 시위 엄정 수사에 나섰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차 부장판사에 대한 신변도 보호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