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영국인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 “차기 본드는 영국인이어야”

지난 2023년 6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리갈 LA 라이브 극장에서 열린 영화 ‘아웃-로즈’ 특별 상영회에서 출연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023년 6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리갈 LA 라이브 극장에서 열린 영화 ‘아웃-로즈’ 특별 상영회에서 출연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007’ 영화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로 활약했던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71)이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캐스팅할 다음 제임스 본드는 영국인이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로스넌은 역사상 단 두 명뿐인 ‘비(非) 영국인 제임스 본드’ 중 한 명이다.  

9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브로스넌은 이날 ‘선데이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영국인이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는 것에 대해 “당연하다”고 밝혔다.

그는 “(아마존이) 캐릭터를 품위 있고 상상력 있게, 존중하는 마음으로 다뤄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말 이 시리즈의 지식재산권을 소유한 바버라 브로콜리와 마이클 G 윌슨은 합작 투자의 형식으로 창작 통제권을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아마존 MGM 스튜디오에 넘겼다.

이에 2021년 개봉한 ‘노 타임 투 다이’ 이후 차기작이 없던 007 시리즈의 다음 운명을 둘러싼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에선 007의 매력인 영국식 색채가 탈색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또 한편에선 비 영국 출신이거나 유색인종 혹은 여성 본드 등 ‘새 본드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007시리즈는 영국 출신 배우를 고집하거나 영국 본연의 색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1대 제임스 본드인 숀 코너리부터 현재의 대니얼 크레이그에 이르기까지, 그간 본드 역할은 대부분 영국인 배우가 맡았다.

영국인이 아닌 제임스 본드는 호주 출신 조지 라젠비와 아일랜드 출신인 브로스넌 등 두 명뿐이었다.

영국의 대표적인 첩보영화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영국 소설가 이언 플레밍이 쓴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007’이라는 코드명을 가진 해외정보국(MI6) 첩보 요원 제임스 본드의 이야기를 그린다.  

제임스 본드의 활약을 그린 이 시리즈는 수십년간 이어지며 흥행에 성공했고, 캐릭터나 이야기에서 영국적 색채를 유지해 영국 영화의 자존심으로 꼽혀 왔다.

BBC에 따르면 ‘영국인 본드’의 명맥을 이어갈 후보로 제임스 노턴, 에런 테일러-존슨, 시오 제임스 등이 꼽힌다.

비 영국인 배우 중에서는 아일랜드 출신 폴 메스칼과 킬리언 머피, 에이단 터너와 호주 출신 제이컵 엘로디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미국인인 오스틴 버틀러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