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으로 상품권 깡…돈 허투루 쓴 공익법인 250억 토해냈다

기부금으로 상품권을 사고, 소위 ‘깡’(할인 가격으로 현금화)을 한 뒤 용돈처럼 쓴 공익법인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부동산 등의 자산을 출연자 가족의 우회 증여 수단으로 쓴 법인도 덜미가 잡혔다.

국세청 세종청사 전경. 국세청

국세청 세종청사 전경. 국세청

국세청이 10일 지난해 공익법인의 세법상 의무 위반 여부를 검증한 결과 324개 법인을 적발해 250억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공익법인은 종교, 사회∙복지, 의료 등의 영역에서 불특정 다수를 위한 공익사업을 하는 비영리법인이다. 각종 종교단체나 사회복지법인, 장학재단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공익법인의 운영 자금은 대체로 기부금에 의존하는데 세법은 증여세 면제 등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자금을 취지에 맞게 쓰도록 일정한 의무를 부여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기부금 총액은 2023년 16조원으로 전년(14조4000억원)보다 1조6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점검 결과 자금을 부정하게 사용해 온 공익법인이 적지 않았다. A공익법인 이사장은 법인카드로 백화점 상품권을 사서 현금화한 뒤 전부 자기 계좌로 입금해 유용했다. B공익법인 직원은 기부금으로 주상복합 아파트를 매입한 뒤 이 아파트를 공익법인 출연자와 그 가족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다. 공익법인이 아파트 등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 임대 등 수익사업에만 사용해야 한다. 발생하는 임대료 또한 공익 목적으로 써야 하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자녀나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에게 공익자금을 우회 증여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출연자의 자녀가 대대로 이사장을 세습하는 C공익법인은 실제 근무하지 않는 전 이사장(출연자의 증손자)에게 매월 1000만원 이상의 급여를 지급했다. 결국 이 법인은 그동안 지급한 급여 전액을 가산세(세율 100%)로 추징당했다. D공익법인은 법인 명의로 직원을 채용해 출연자의 가사나 토지 관리 등을 시켰고, 업무용 승용차는 법인 내 학교 총장의 자녀가 타도록 했다가 적발됐다.

한 대기업 산하 사회복지재단은 계열사인 건설업체가 아파트 주민시설에 제공할 수억원 상당의 도서를 기부 명목으로 대신 제공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공익자금을 사유화하거나 계열기업 지원에 이용하는 등의 탈법적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회계 부정이나 사적 유용이 확인된 법인의 경우 이후 3년 간 사후관리를 통해 의무 준수 여부를 더 철저히 감독하겠다”며 “선량한 공익법인이 세법상 의무를 몰라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세법 교육 및 공시 지원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