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사안과 거리를 두며 경제 현안에 집중해왔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또 다시 특검법 정국을 마주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 특검 후보자 추천을 대법원장이 하고, 수사 인력(205명→155명)과 기간(170일→150일)을 줄인 ‘제3자 추천 내란특검법’을 발의했다. 야당이 특검 후보자 재추천을 요구하는 비토권도 담지 않았다. 최 대행은 지난달 31일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하면서도 이른바 ‘쌍특검법’(내란·김건희특검법)’은 “위헌적이고 국익을 침해한다”며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최 대행은 재의를 요구하는 이유로 ▶야당의 특검 추천권 ▶과도한 수사 인력과 기간 ▶특검의 보충성·예외성 원칙 훼손 ▶국방·외교 사안에 대한 비밀 보호 장치 배제 등을 들었다. 야당의 특검 추천권에 대해 “특히”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헌법상 권력 분립 원칙 위배가 우려된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 대행이 가장 크리티컬하게 본 지점”이라고 했다.
야당이 새로 발의한 내란특검법은 특검 추천권을 포함해 최 대행이 지적한 위헌적 요소를 상당 부분 제거했다. 다만 ‘외환죄’ 의혹이 추가되며 수사 범위가 늘었고,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시설에 대한 정부의 압수수색 거부권을 배제한 특례 조항이 유지된 점은 최 대행이 위헌적이라 볼 수도 있는 요소다. 정부 핵심관계자는 “위헌적 요소가 모두 제거된 특검법이라면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야 논의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을 맡고있는 주진우 의원이 “수사 범위가 무한정인 졸속 법안”이라 야당 수정안을 비판한 게 변수로 떠올랐다. 여권에선 야당이 특검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거부권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신병과 직결된 법안이어서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때와 달리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전날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시민들의 부상이나 정부기관 간 물리적 충돌이 없도록 해달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던 최 대행은 이날 별도의 공개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경제 일정을 이유로 국회 긴급현안질의도 불참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국회에 보고하라고 부르는 건 망신주기”라고 불쾌해했다. 반면 우원식 국회의장은 “최 대행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은 건 유감”이라고 했다.
최 대행은 여야와 대통령실, 수사기관 등으로부터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관한 엇갈린 요청을 받고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최 대행이 경찰의 물리력 행사를 자제시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야당과 경찰은 최 대행이 경호처에 대해 지휘권을 행사하기를 바라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현행법상 최 대행이 어떠한 개입도 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결론”이라며 “권한은 없는데 요구는 쏟아지니 답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