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동료 시의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상병헌 세종시의원에 대한 재판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대전지법 형사8단독(이미나 부장판사)은 9일 열린 상 의원의 강제추행 등의 혐의 사건 공판 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3월로 연기했다. 피고인인 상 의원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아 증인신문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종시의회 의장이었던 상 의원은 2022년 8월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만찬 겸 술자리를 한 뒤 도로변에서 같은 당 소속 남성 의원 A씨의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진 혐의를 받는다. 또 김광운 국민의힘 의원에게 입맞춤하는 등 성추행한 혐의도 있다. 

그는  수사받던 도중 A씨를 강제추행죄로 맞고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해자 조사 등을 거쳐 허위 사실로 확인해 무고 혐의로도 기소했다.

이 사건으로 상 의원은 그해 5월 시의회에서 불신임안이 의결돼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상 의원의 성추행 사건은 2023년 5월 법원에 처음 공소장이 접수됐고 같은 해 12월 첫 공판 일정이 잡혔다. 

하지만 첫 공판부터 기일이 변경되면서 재판 지연이 시작됐다. 이후 두 차례 더 공판기일이 변경된 후 지난해 4월에서야 첫 공판이 열렸다. 공소장 접수 후 약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후 두 차례 공판이 더 열렸을 뿐, 공판기일 변경은 계속됐다. 지난해 1년 동안 열린 재판 횟수는 단 3차례에 불과했다. 반면 공판 일정은 이번까지 포함해 모두 6번 변경됐다.

상 의원은 원래 이날로 예정됐던 공판 일정도 처음부터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금까지 3차례 변호인 사임계를 제출했고, 그때마다 재판 일정이 취소되거나 지연됐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기일 변경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나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두 달간 시간을 드렸는데 여전히 변호사를 선임 안 한 상황"이라며 "더는 재판을 지연할 수 없어 피고인 기일변경 신청은 거부한다. 주된 증인신문을 마친 상황에서 오늘은 목격자 신문에 불과해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재판부의 진행 의지는 분명했지만 피고인의 변호사 없이 증인신문 진행은 불가능했다. 결국 목격자 1명의 증인신문을 마친 후 일정을 중단한 재판부는 재판을 3월로 또다시 연기했다.

다만 상 의원이 계속 사선 변호사 선임을 하지 않고 있어 자체적으로 국선 변호사 선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비공개 증인신문 후 법정 밖에서 만난 상 의원은 변호사 선임이 늦어지는 이유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법정에서 말했다"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