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빙하 붕괴에 따른 산사태로 큰 피해를 입은 스위스 블라텐 마을의 모습. AP=연합뉴스
미국과 유럽 각국의 과학자들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29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현재 기후조건(2014~2023년)이 지속되면 전 세계 빙하가 2020년에 대비해 39%의 질량을 잃을 것으로 추산했다.
지금까지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2도 올랐는데, 이 온난화 수준만으로도 빙하의 40% 가까이가 이미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8개의 빙하 모델을 이용해 21세기 이후의 장기적인 빙하의 운명을 예측했다.
온난화 지속되면 빙하 4분의 1만 살아남아
다만 국제사회가 파리협정에서 목표로 한 1.5도 억제에 성공한다면 빙하의 손실 규모가 47%까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2.7도 시나리오와 비교해 빙하를 두 배 이상 보존할 수 있다.
연구를 주도한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학교의 해리 제콜라리 박사는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우리 연구는 모든 온도 상승의 작은 부분도 중요하다는 것을 고통스럽고 명확히 보여준다”며 “오늘 우리가 내리는 선택은 수 세기 동안 영향을 미치며, 우리 빙하의 어느 정도가 보존될 수 있을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에서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바다로 떨어지는 모습. AFP=연합뉴스
연구팀은 “(지구 평균 기온이) 0.1도씩 추가로 상승할 때마다 전 세계 빙하 질량의 2.0%가 추가로 감소하며, 이는 빙하로 인한 해수면 상승 6.5㎜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현실이 된 빙하 붕괴의 재앙…스위스 마을 90% 사라져

5월 23일 촬영된 블라텐 마을(위)과 대규모 산사태로 인해 파괴된 마을의 모습(아래). 빙하의 붕괴로 인해 눈과 토사 등이 쓸려 내려가면서 마을을 완전히 파괴했다. EPA=연합뉴스
외신 보도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각) 스위스 발레주의블라텐 마을에 대규모 산사태가 덮쳐 마을의 90%가 매몰되고 1명이 실종됐다. 알프스산맥 빙하의 일부가 붕괴하면서 빙하에서 떨어진 얼음 조각과 토사 등이 쏟아져 내려와 마을을 덮친 것이다. 스위스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빙하를 보유하고 있는데, 2023년에만 전체 빙하 면적의 4%가 사라졌다.
빙하가 고갈되면 하류에 사는 사람들의 물과 식량 공급도 위협받게 된다. 높은 산악 지역에 있는 빙하는 세계의 급수탑 역할을 한다. 빙하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식수와 농업용수로 활용된다. 유네스코는 “지금처럼 빙하가 예측불가능한 속도로 녹아내리면 20억 명이 물과 식량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